누명을쓰고 구속된 김승준

[연재34회] 구치소 교도소- 입실거부

119탐정 2024. 5. 16.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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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실거부

구치소에서는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그냥 쉬운날이 없는거 같다. 매일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다.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는 말인가? 나는 억울한 누명을 씌었는데, 사람들은 주위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즐거운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면 나도 즐거워지고, 짜증나는 곳에 가면 나도 짜증이 나게 된다. 그렇니 끼리끼리 모여 산다고 하지 않는가? 왜 사람들이 강남 강남 하겠는가? 좋은 사람, 있는 사람, 배운 사람들이 모여산다.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고 베풀면서 살면 천국이고, 뜯어먹고 먹히는 곳에 살면 지옥이다. 그래서 구치소 지옥같다. 웃을 일이 거의 없다. 웃고 싶어도 웃음이 나지 않는다. 밤에는 각 방마다 함박웃음이 터지는 곳도 있다.

 

얼마나 여유가 있으면 저렇게 웃고 떠들고 있을까? 안 그래도 8명거실에 8명이 꽉차서 여유도 없이 힘이 드는데.. 다행이 어제 진형형님이 출소해서 그나마 여유로운 공간이 생겼다. 조금 덜 힘든 느낌이다. 황씨 아저씨는 아직도 화장실 청소당번이다. 황씨아저씨는 어떤 삶을 사셨기에 저렇게 도와주는 사람도 없이 혼자 살게 되었을까? 불쌍해 보인다.

 

오늘은 방장 형님이 변접을 가셨다. 꽤 늦게 오시는 거 같다. 그 형님은 조폭인데, 원래 조폭이 저렇게 점잖은가? 나는 양아치들만 봤나보다. 조용히 할 일 하면서 불쌍한 사람들 도와주고, 방의 군기를 꽉 잡아서 우리 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이 잘 돌아간다. 40중반대 현역 조폭이라는데 그 정도면 행동대장급이상이다. 난 조폭에 아무런 관련도 없고 말로만 들어왔던 조폭을 처음봤다. 위압감과 카리스마는 장난이 아니였다.

 

거실에 인터폰이 울렸다. 담당 교도관님이 말씀하신다.

“자 5실 거기에 신입 들어갑니다. 여러분 좁지만 양보해가면서 잘 생활할 수 있도록 하세요. 지금 과밀수용이라 어쩔수 없고, 여러분 힘든것도 잘 아니깐 수용인원이 낮아지면 다 조치해줄거니깐 양보하면서 생활합시다”

 

방 사람들은 또 화가 났다. 내가 신입올 때 와 마찬가지로 분위기는 안좋아졌다. 딸각 문이 열리고 그 신입 수용자는 들어왔다. 50대 정도의 아저씨인데 냄새도 많이 나고 왠지 술도 덜깨보인다. 처음 보는 사람이 들어왔으면 인사정도는 해야 하는거 아닌가? 인사 없이 그냥 자기 편한 자리에 덜썩 앉아 버리더니 아무말이 없다.

 

방 사람들 모두 어이없어 했다. 우리 거실의 서무인 동수가 나섰다.

“저기 사장님! 왔으면 인사부터 해야 하는거 아니에요? 이렇게 앉아버리면 어떡합니까?”

“.......”

“아 놔 사장님! 나이 처드시고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요?”

“......”

“아 진짜...화나네 이거 또라인가?”

“동수야 화내지 말고 좀 좀 살살말해~”

그 분은 아무말없이 앉아서 눈만 감았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괜히 잘못하다 싸움이나 소란을 일으켜 징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쪽 사람에게 도서를 넣어주세요

 

제214조(규율) 수용자는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1. 교정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목적으로 다중(多衆)을 선동하는 행위

2. 허가되지 아니한 단체를 조직하거나 그에 가입하는 행위

3. 교정장비, 도주방지시설, 그 밖의 보안시설의 기능을 훼손하는 행위

4. 음란한 행위를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성적(性的) 언동 등으로 성적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5. 다른 사람에게 부당한 금품을 요구하는 행위

5의2. 허가 없이 다른 수용자에게 금품을 교부하거나 수용자 외의 사람을 통하여 다른 수용자에게 금품을 교부하는 행위

6. 작업ㆍ교육ㆍ접견ㆍ집필ㆍ전화통화ㆍ운동, 그 밖에 교도관의 직무 또는 다른 수용자의 정상적인 일과 진행을 방해하는 행위

7. 문신을 하거나 이물질을 신체에 삽입하는 등 의료 외의 목적으로 신체를 변형시키는 행위

8. 허가 없이 지정된 장소를 벗어나거나 금지구역에 출입하는 행위

9. 허가 없이 다른 사람과 만나거나 연락하는 행위

10. 수용생활의 편의 등 자신의 요구를 관철할 목적으로 이물질을 삼키는 행위

11. 인원점검을 회피하거나 방해하는 행위

12. 교정시설의 설비나 물품을 고의로 훼손하거나 낭비하는 행위

13. 고의로 수용자의 번호표, 거실표 등을 지정된 위치에 붙이지 아니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현황파악을 방해하는 행위

14. 큰 소리를 내거나 시끄럽게 하여 다른 수용자의 평온한 수용생활을 현저히 방해하는 행위

15. 허가 없이 물품을 지니거나 반입ㆍ제작ㆍ변조ㆍ교환 또는 주고받는 행위

16. 도박이나 그 밖에 사행심을 조장하는 놀이나 내기를 하는 행위

17. 지정된 거실에 입실하기를 거부하는 등 정당한 사유 없이 교도관의 직무상 지시나 명령을 따르지 아니하는 행위

 

구치소 교도소의 징벌방은 이렇게 생겼다.

위에 행위에 해당하면 조사 징벌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재판을 받는 우리에게도 불이익이 될수 있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이렇게 무턱대고 들어와서 남의자리를 차지하고 아무말도 없는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한 대 치기라도 하면 폭행했다고 신고하고 합의금달라고 하는 유형이 아닌가? 합리적 의심도 든다.

 

잠시후 변접 다녀오신 방장형님이 왔다. 문이 딸깍소리와 함께 열리고 우리는 모두 다녀오셨습니까 형님하고 말했다. 그런데 그 아무말 없던 아저씨가 힐끔 쳐다봤다. 방장 형님은

“뭐야? 저건?”

“아 형님 저 인간 들어와서 아무말 안하고 저렇게 쭈그리고 있지 말입니다”

동수가 상황을 알려줬다. 방장형님은 조용하고 낮은 톤의 목소리로..

“야 이새끼야~ 너 뭐하는 새끼야? 죽을래?”

한마디 했을 뿐인데... 그 수용자는 비상벨을 눌렀다.

 

담당 교도관이 달려왔다.

“무슨일이야? 뭐 잘있다가 왜 벨을 눌러?”

“저기요 교도관님 저 입실거부 할래요”

“뭐야? 왜 갑자기 입실거부야?”

“저는 조폭이랑 생활 못해요! 제발 저 입실거부할게요”

“아 짜증나게... 좀 생활좀 해봐”

“아 도저히 못한다고... 입실거부 처리 안하면 문을 차버릴거야!”

담당 교도관은 어쩔수 없이 TRS를 꺼내 CRPT를 불렀다.

“CRPT 5실 입실거부자 있습니다. 출동바랍니다”

잠시후 검은 복장의 건장한 까마귀? 아니 열혈강호의 흑풍회같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또 질질질 끌고 가버렸다.

 

하... 이게 사람을 봐가면서 처신하네.. 우리가 있을때는 만만했나? 다시 우리 거실은 평화가 찾아왔다.

 

불륜에도 급이 있다 – 1편

안쪽 사람에게 도움이 필요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