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오늘은 비가 와서 실외운동이 안된다고 한다. 다들 우중충하고 습한 상태에서 차분히 책을 읽고 있다. 나도 이제 책을 읽을까? 편지를 쓸까? 생각 중이다. 비는 오지만 접견 변접은 계속 하기 때문에 복도에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닌다.
제214조(규율) 수용자는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5. 다른 사람에게 부당한 금품을 요구하는 행위
5의2. 허가 없이 다른 수용자에게 금품을 교부하거나 수용자 외의 사람을 통하여 다른 수용자에게 금품을 교부하는 행위
9. 허가 없이 다른 사람과 만나거나 연락하는 행위
안쪽 사람에게 도서를 넣어주세요
수용자가 같은 시설에서 쪽지 등을 주고 받는걸 비둘기라고 한다. 접견 변접시 제소자의 수용동을 보고 거기에 몇 방 누가있는데 이것 좀 전해줘요~ 하고 서로들 연락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규율위반에 해당이 된다. 수용자들이 많이 하긴 한다. 걸리는 게 쉽지 않지만 그건 잡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잡히면 끝이다. 명백하게 비둘기가 맞고 허가 없는 연락행위를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전달받는 수용자가 공범이라면 무조건 처벌 받는다.
수용자끼리 물품이나 쪽지등을 전달하면 처벌받는다. 하지만 비일비재하게 이루어지고 있어서 교도관의 업무는 늘 과중되고 있다.
접견을 마치고 복귀하던 9실 수용자가 나를 찾았다.
“김승준씨?”
“네?”
“아 나 접견 갔다왔는데, 누가 이걸 전해 달라고 하더라고..”
하며 쪽지를 나에게 주었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건네고 나는 쪽지를 봤다.
충격이다. 나의 공범 박준영이 나에게 보내는 글 이었다.
구치소내에서 공범을 분리하기 위해서 엄중하게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공범 간에 연락을 주고 받으면 조사수용과 징벌을 받는다.
쪽지 내용은 이렇다. 작은 쪽지여서 별말은 없지만 조심스럽게 열어보았다.
형님 정말 죄송합니다. 형수님한테도 죄송하고요. 모두한테 죄송합니다. 형님은 잘못이 없는데 무지한 동생의 행동에 왜 형님까지 엮였는지 모르겠어요. 저도 특수강간이라는게 너무 억울해 미치겠습니다. 8년을 여기에 살아야 한다는게 자살하고 싶어요. 형님 재판에서 말한거와 같이 저나 제 친구나 형님은 진짜 아무것도 안했다고 했고 할겁니다. 형님이라도 무죄를 받은 셨으면 좋겠습니다. 5상 7실 2333 박준영
아~ 내 마음이 아프다. 친한 동생 일로 엮인 일이지만 꼭 그 놈 탓을 할 수는 없다. 내가 제수가 없을뿐이다. 나를 탓해야지. 진짜 이게 무슨 일인 지.. 도대체 무슨 운명인지 답답하다.
준영이는 8년을 받았다. 사건의 주범이다. 그 녀석이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그 날 밤에 전화 통화에서는 기분 좋게 술을 마시고 오피스텔을 빌려달라고 했다. 웃는 여자 소리 주위의 시끄러운 음악소리 등 기억이 난다.
집안에 식구들과 직장 동료들이 생각이 난다. 집안에 부모님은 내 죄명에 대해서 알 것이고, 직장 동료들은 내 구속사실에 모두 수군수군 될 것이다. 마음이 무겁다. 회사를 다니고 가정을 지키려면 무조건 무죄주장을 하고 무죄를 받아야 하는데, 어려운일이라고 하고, 그렇다고 인정하기에는 하지도 않은 짓을 인정하면 평생 강간범의 낙인찍혀 살아야 하는 것이다.
여자 수용자도 징벌을 많이 받는 추세이다. 남자 못지 않다.
안쪽 사람에게 도움이 필요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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